서글픈 월드컵 - 김규항


월드컵이라는 초대형 쇼 이면의 사회적 참상이나 국가주의적 폐해를 접고라도,
한국에서 4년마다 반복되는 ‘16강 염원 열기’는 영 생뚱맞은 것이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FIFA 랭킹은 57위다.
월드컵 본선 32팀에 오른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순위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과 같은 H조에 속한 팀들을 보면 벨기에가 11위, 러시아가 19위, 알제리가 22위다.
그 팀들이 본선에 오르고 또 16강을 기대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에 반해 한국팀은 조에서 꼴찌를 하고 16강에 오르지 못하는 게 자연스럽다.

물론 스포츠 경기의 즐거움은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데 기인한다.
한국팀이 16강에 오를 수도 있고 그걸 기뻐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57위의 실력을 가진 팀이 16위 안에 들지 못한 게 큰 실패는 아니다.
한국팀이 4강에 오른 적도 있지 않으냐고?
매우 이례적인 경우를 일반적인 경우처럼 기대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


(편의상 ‘한국 대표팀’이라 적긴 했지만,
 FIFA 월드컵은 올림픽과는 달리 국가 대항이 아니라 축구협회 대항 대회다.
한국 대표팀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팀인 것이다.
영국의 경우 월드컵에 나올 수 있는 협회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네 개나 된다.
월드컵을 보며 ‘대~한민국’을 외치고 태극기를 휘날리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먹고사는 일이 근심이 많은 개털 시민들이
자신과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부자 선수들을 ‘태극전사’라 부르며
감동하고 낙심하는 건 몹시 서글픈 일이다.)


2014/07/02 14:37 김규항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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