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009년 8월 3일

 

 

 

아침에 눈을 떴을때는 이미 모기에게 수십곳을 뜯긴 후였다.
아마도 취해 기절했기에 모기가 피를 빨고 있는지도 몰랐나 보다.

 


역시나 숙취는 거의 없었다.

 

일어나 대포항을 한바퀴 돌다가 화장실을 발견하고 안에 고무호스까지 비치 된 걸 확인했다.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이 가뿐했다.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왔던 길을 조금 오르니 편의점이 있었다.
쌀과 김치, 3분 카레, 그리고 미역국을 샀다.
역시나 불조절을 잘 못하고 쎈불에 오래 뒀지만 어제보다는 밥이 잘 됐다.
밥을 하고, 미역국을 끓이고 나니 코펠이 부족해 카레는 그냥 뜯어 더운 밥에 얹어 먹었다.
그렇게 먹어도 너무나 맛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났던 승훈이형이 근처에서 한치회를 배달해 주는걸 알고는
밥먹기 전 한치회를 1kg 주문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아저씨는 2kg을 가져왔다.
잘게 회를 썰어 올 줄 알았던게 내장과 껍질만 제거한 채로 봉지에 담겨 있었다.

 

 

낚시대를 챙겨가 한치를 낚아보겠다고 했던게
첫날 곽지 해수욕장 근처에서는 한치가 안잡힌다는 주민의 말에도 에깅을 몇번 던지며 노는 걸로 만족했던터라
어제는 꼭 한치를 낚아보고자 했는데 꺼꾸로 한잔에 넉다운 되어버려 루어는 던져 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신선한 한치회를 먹으니 즐거웠다.

 


그런데 벌써 카레라이스에 든든히 배를 채운 후라 몇 점씩만 맛을 보고
남은 한치는 다시 봉지에 담아 점심으로 하기로 했다.

 

 

 

 

일어나서부터 지금껏 말짱했었는데
짐을 꾸리고 막 출발하려고 할 때부터 속이 미식거리기 시작했다.
페달질을 할 때마다 오바이트가 쏠렸다.
도저히 선두에 서기가 힘들어 일단 난 천천히 쫓아 갈테니 먼저들 가라고 했다.
아무래도 한번 토해줘야 할것 같았다.
처음에는 어제 과음한 탓에 그런거라 생각했는데, 아침엔 말짱하다가 갑자기 이러는게
아무래도 먹은게 잘 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한치 먹은게 잘못된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렇게 일행을 먼저 보내고 천천히 페달질을 하다가 멈춰서 토하기를 두번을 했다.
두번이나 토하니 속은 진정이 되어 가는거 같은데 몸에 힘이 쭈욱 빠져 버렸다.
그래도 선두로부터 너무 뒤쳐졌으니 빨리 쫓아가야 했다.
무리가 왔지만 페달에 더 힘을 줬다.

 

 

 

 

먼저 도착한 일행은 작은 구멍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토하고 입안도 끌끌하고 해서 사이다를 하나 먹었더니 좀 낫긴 하더라.

 


다시 출발을 하고 여전히 힘이 나지 않아 승채와 둘이서 천천히 달리기로 했다.
승채와 두런두런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천천히 달리다
어제까지는 보지 못하던 감귤밭들이 나왔다.
귤은 아직 탱자 만큼이나 파랬다.
조금 더 가자 길가에 하우스 감귤을 파는 집들이 나온다.
문득 지난 전국일주때 팔삭을 먹었던게 생각 났다.
웬지 귤이라도 먹으면 속도 진정되고 힘도 날것 같았다.
나는 현금이 하나도 없었고, 승채에게 3천원이 있었다.
주저 않고 가게에 들어섰다.
여행중에 감귤 맛을 보고 싶어서 그런다며 3천원 어치만 팔 수 있냐고 했더니
아주머니가 더 미안해 하면서 제철이면 많이 주는데 하우스 감귤은 워낙 비싸 많이 못준다며
그래도 시원한거 먹으라며 박스가 아닌 냉장고에서 열개나 넘게 담아 줬다.

 

 

일단 한봉다리 사왔는데 막상 먹으려니 먼저 달리고 있을 일행들에게 미안했다.
모두 함께 나눠 먹는게 낫겠다 싶어 그냥 출발하려니 못내 아쉽다.
그래서 둘이 한개씩만 나눠 먹었는데, 그 맛은 단연 최고였다.
지금까지 먹었던 감귤 중 최고가 아니라 내 평생 먹었던 모든 과일 중 최고의 맛이었다.

 

 

그렇게 맛을 음미하며 한개씩만 먹고 감귤봉지는 뒷 짐칸에 매달았다.
딱 한개 먹은 감귤만으로도 그동안 아프던게 싸악 사라지는 듯 했다.

 


조금 달리다보니 오르막 경사가 심해진다.
몸 상태는 훨씬 나아졌고, 자전거 달리는데 큰 무리가 없다.
그래도 오르막을 올랐더니 조금 힘이 부친다.
먼저 작은 언덕배기를 올라 뒤 돌아보니 승채가 한참이나 멀어져 있다.
자전거를 세우고 아스팔트에 앉아 승채를 기다렸다.
아침부터 엷게 흩날리던 안개비는 그쳤다.
두번이나 토하면서 아침 먹은걸 다 비웠더니 시장기가 돈다.


승채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자리에서 남은 감귤을 다 해치웠다.
승채와 난 감귤에 대해서는 절대 비밀로 할것을 약속, 다짐했다.

 

 

* 뒤돌아 생각해보니 그 뒤라도 함께 라이딩하면서 왜 감귤 사먹잔 이야길 안했는지 모르겠다.
그 맛있는 감귤을 다른 멤버들은 여행이 끝날때까지 맛보지도 못했지 않는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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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귤 몰래 까먹고 삼매봉 정상에서 만난 멤버들과 기념촬영.
감귤 한봉지 다 처먹고 나니 다시 말짱 해 졌다.

 

 

 

 

삼매봉에 도착하니 또 빗줄기가 굵어지다가 다시 엷어진다.

그래도 여행을 좀 더 많이 한 내가 진이나 승채에게 자켓이나 바람막이를 챙기라고 알려줬어야 했다.
원래 오르막을 오를때는 비를 맞아도 추운줄 모르지만
젖은 몸으로 내리막을 달리면 오한이 올수도 있는데......
다행히 비를 많이 맞아서 옷이 다 젖은건 아니지만 내리막을 달릴때 진이나 승채는 추웠을 것이다.

 


삼매봉을 내려와 외돌개에 들렸다.

 

뭍에서 떨어져 외로이 홀로 섰는 외돌개 꼭대기에도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바다에 저런 돌기둥이 섰다는것보다 그 위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더욱 신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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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돌개 앞에서 기념촬영 지나는 관광객에게 부탁드렸던 사진인데 노출이 엉망이다. ㅡ,.ㅡ;;;
진원이형, 김군, 진이, 상용, 승훈이형, 승채
뒤에 하얗게 우뚝 솟은게 외돌개, 그 뒤 바다에 보이는 섬이 범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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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돌개와 관련된 내용이 적힌 안내판앞에서... 모두들 내용을 읽고 있다.

 

 

 

 고려말 최영장군이 제주도를 강점했던 목호(牧胡)의 난을 토벌할때
외돌개 뒤에 있는 범섬이 최후의 격전장이었는데 외돌개를 대장군으로 치장시켜 놨었단다.
그러자 목호들이 이를 보고 자결했다는데 ㅡ,.ㅡ;; 쩝.

 

 


그때가 고려때였으니깐...... 당시 사람들을 내가 쉽게 이해 할 수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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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돌개를 둘러보고 나와서 주차장 앞 작은 찻집에서 따뜻한 차를 한잔씩 나눴다.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졌다. 승채와 진이는 비옷을 샀다. 막상 출발하고 나서부터는 비가 오지 않았다.

 

 

 

 

외돌개를 둘러보고 굵어진 비가 잦아 들때까지 따끈한 차도 마시면서 한껏 여유로웠다.


점심은 정방폭포에 가서 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아침에 남은 한치를 넣고 끓이는 한치라면~~ ㅡ,.ㅡ;;;

 

 

가는길에 천지연폭포도 있었지만 바다로 떨어지는 정방폭포가 더 매리트가 있었고,
오전에 내가 밍기적댄대다 외돌개에서 시간도 많이 보냈으니
정방폭포만보고 내리 성산까지 달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펜션에서 여독을 풀고,
저녁을 갈치조림으로 하고, 펜션 마당에서 바베큐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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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방폭포에서 기념촬영~ 사진만 찍고 일어서자는 걸 한참을 더 보고 있었다.
폭포가 너무 아름웠고, 떨어지는 물소리가 너무 좋았고, 부서져 내 뺨을 적시는 물방울들이 좋아서였다.

 

 

 

 

 

 

정방폭포 주차장에서 라면을 끓이려다가 지나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좀 덜 쪽팔릴만한 곳을 찾다가 적당한 자리가 날때까지 더 달리기로 했다.

 


감귤 덕에 정상 컨디션을 찾았으니 다시 내가 선두로 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길가에 있을 작은 정자면 딱이라 생각하고 달리는데 한참을 가도 나오질 않는다.
20분쯤 달리다 지금은 이름도 생각나지 않은 작은 포구 이정표가 나왔다.
방파제 위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점심을 먹는게 꽤나 낭만적이겠다.

 

 

 

방파제 한켠에 자리를 잡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진원이형은 아침에 먹다 남은 한치를 봉지에서 꺼내 먹기 좋게 손질하고 있다.
오전에 속이 그리 안좋았던게 한치 때문이었다고 자꾸 생각해서 그런지
한치를 보자 다시 속이 않좋아지는 것만 같다.

 


2kg나 되는 한치는 아직도 1.5kg은 족히 남아 있었다.
난 적당량만 넣자는데 진원이형은 그걸 라면에 다 넣을 생각이다.
결국 코펠 두개로 하나는 진원이형이 끓이고 하나는 내가 끓이기로 했다.
솔직히 아예 한치를 넣고 싶었지도 않았지만 나만 혼자 따로 끓여 먹기도 뭐하고,
아무래도 한치때문에 내가 속이 뒤집어졌었고, 그래서 토하고 어쩌고 주절거리는게 싫었다.
다들 맛있게 먹을 한치를 내 주절에 다들 찝찝해 할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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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이 준비되는 동안 진이의 코믹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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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짐하진 않지만 즐거운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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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원이형이 끓인 한치라면, 맛은 내가 끓인게 더 맛있다는... ^^

 

 

 

 

 

언제나 그렇듯 오전이 여유로우면 오후가 빠듯해진다.
성산까지 가려면 또 속도를 올려야만 한다.
어제부터 힘에 부쳐하던 상용이가 오늘은 더 힘들어 한다.
감기 기운도 있다던데 거기에 갑작스런 장거리 라이딩이 무리가 된거 같다.

 

 

 


별다른 사전 계획이 없던 우리에게 유일한 계획은
승채가 서울에서 미리 예매했다던 그 펜션이다.
성산 근처에 있다고 했던 펜션은
막상 정확한 위치를 따지고 보니 성산에서 십여키로를 더 가야 하는 구좌읍에 있었다.
승채가 출력해온 지도를 확인하자 성산에서 한참 벗어난 위치에 바다가 보일것 같지도 않다.
성수기에 좀 싼 가격에 예매를 했다더니 위치도 시설도 좀 불안하다.

 

 

외돌개에서 충분한 휴식을 했는데도 정방폭포까지 가는 길에 상용이가 많이 힘들어 했었는데,
늦은 점심을 먹은 지금 성산까지 가기도 약간은 무리가 있어 보였었다.
그런데 예약 했던 펜션은 성산에서도 한참을 더 가야 한다.

 

 

멀어야 50~60킬로... 천천히 달려도 세시간이면 되겠지만,
라이딩 속도를 더 줄여야 하는 이 마당에 날이 저물고도 달려야 할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중간 마트에서 초코바 2개와 연양갱 2개씩을 비상 식량으로 채비하고,
성산까지 관광은 접고 줄창 달리기로 했다.
30분 라이딩 10분 휴식 타임으로 어느 정도 체력을 안배해가며 달리면,
낙오 없이 모두가 함께 도착할 수 있을거 같았다.
오르막에서는 속도가 현저히 줄더라도 내리막에서는 어느정도 속도를 뽑을 수 있겠다 생각하지만,
역시나 복병은 어제부터 우리를 괴롭히는 맞바람이다.

 

 

나와 승훈이형이선두를 번갈아가며 이끄는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상용이를 두번째 자리에 배정하고
천천히 달리며 바람막이를 해주려고 했는데
자꾸 거리가 멀어져 수시로 뒤 돌아보며 거리를 맞추었다.
그러다보니 라이딩 속도는 더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낙오 없이 모두 함께 달릴 수 있었다.

 

 

상용이는 힘든 상황에서도 잘 달려주었다.

 

 

30분 라이딩 시간이 다 되면 자리가 어디든 무조건 멈춰 섰다.
하지만 계획했던 10분 휴식은 중간 중간 휴식시간을 15분에서 20분까지 여유를 뒀다.
이정표에 표기 된 남은 거리를 확인하며 달리니 조금 더 휴식해도 목적지까지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어 보였던 계산도 있었지만,
무리하다가 상용이의 체력이 완전 방전되어 넉다운 되면 더 문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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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시간에 만난 감귤 가로수~ 즐거운 사진 놀이 진원이형과 진이의 설정 샷~
9월쯤 저 감귤이 노랗게 익어 갈때쯤 감귤을 따 먹으며 달리는 상황을 모두들 이야기 할 때,
일행들 몰래 감귤을 사먹었던게 너무나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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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도 나름 설정 컷인데 그닥 재미가 없게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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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용이의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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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출발...

 

 

 

제주도는 삼다도라 했던가?
돌과 여자와 바람이 많다더니, 돌과 여자는 모르겠지만
계속되는 맞바람으로 하나가 많다는데는 다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맨 앞 선두의 체력 소모가 가장 많다.

 


가끔씩 바셀이나 왈바에서 이야기 하는 피빨기가 실감 된다.
승훈이형 뒤에서 달릴때는 맞바람에 승훈이형은 내리막에서도 페달질을 하는데
뒤 따르는 승훈이형의 바람막 뒤라 페달질도 않고 편히 내리막에서 같은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내리막에서도 이 정도니 오르막은 더 체력적으로 허벅지가 빡빡해 오는데,
지난 임진각 라이딩에서도 느꼈지만, 진이의 말대로 승훈이형은 지칠 줄 모르는 짐승 같다. ^^

 

 

 

그동안 찍사를 담당하던 승채에게서 진원이형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그냥 사진만 찍는 줄 알았더니 동영상도 몇개 찍어 두었다.
대신 메뉴얼을 잘 못 건드려 해상도가 엉망인 사진들이 대다수다. ㅡ,.ㅡ;;;

 

 

 

 

 

 

 

 

 

처음엔 야간 라이딩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지만,
해는 졌지만 아직은 라이트까지 켜지 않아도 될 즈음 숙소에 도착했다.

 

 

 

 


바다는 보이지는 않았고, 목조 펜션이 아닌 양철 가건물에,
작동되지 않는 에어컨대신 선풍기 한대가 놓인 그런 곳이어서 실망이 컸다.
하지만 어차피 여행이란게 이런 변수가 있기에
후에 이야깃거리가 되고 추억이 되지 않겠는가? ^^

 

전국일주 당시 들려 먹었던 성산의 갈치조림을 다시 먹자는 계획이었지만,
또 구좌까지 오는 변수로 성산의 그 집보다 열배는 더 맛있는 갈치조림을 먹을 수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이니 나는 술먹고 죽자는 계획이었는데
갈치조림에 곁들인 소주 몇병에 다들 피곤이 몰려 왔었나 보다.
상용이는 저녁식사 후 바로 들어가 잠이 들고,
펜션(?) 마당에서 궈 먹는 삼겹살과 소주 한잔은 다들 내켜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리에서 술을 더 나누다가 다들 들어가고 진원이형과 내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진원이형과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당에 텐트를 치고 둘이서 잤다.
그때가 벌써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이 그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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