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009년 8월 2일

 

 

신선한 바닷 바람에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참 우스운건 비박을 했던 승훈이형보다 텐트에서 잤던 사람들이 모기에 더 물렸다는 것이다.


어제 먹었던 제주 흑돼지집에서 김치도 덤으로 얻었었고,
궈먹다 남은 고기도 챙겨왔으니 오늘 아침 메뉴는 김치찌게다.
딸랑 김치찌게 하나에 밥 뿐이었지만 전날 숙취를 해소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뭐, 솔직히 여행중엔 언제나 그렇지만 술을 웬만큼 먹어서는
담날 숙취로 괴로웠던 적은 없었던거 같다.
아마도 눈 떠서 맞는 아름다운 풍경과 신선한 공기 덕인것 같기도 하다.

 

 

 

01.jpg

 

= 일어나자 마자 모두들 분주하다.

 

02.jpg

 

= 맛있게 잘 끓여지는 김치찌게... 밥이 약간 설익은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센불로 한번 확 끓인 후 중불로 천천히 쌀을 익혔어야 했는데 간만에 코펠로 밥하다 보니 살짝 설 익었다.
결국 물을 더 넣고 다시 끓이는 ^^ 그래도 다들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

 

 

 

 

 

승채 녀석은 많이 피곤 했는지 밥을 다 하고 아무리 깨워도 일어날 기미가 안보인다.
언제나 배는 든든히 채워가면서 달리자고 했었는데 밥을 마다하다니...
어제 잘 달려주더니 약간 오버페이스였나 보다.

 


나름 태우지 않고 밥을 잘 했다 했는데,
진원이형은 밥을 다 먹어갈 쯤 버너에 다시 불을 붙여 누룽지를 만들었다.
누룽지를 끓이고 있는데 벌써 어느정도 배가 부르더라.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는 바다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스노클링 장비를 가져온 상용이가 먼저 바다로 나섰다.
여행전 스노클링으로 전복이며 성게며 갖가지 해산물을 캐오겠다며 자신감을 보이더니
어째 막상 바다 앞에서 계속 주저하며 뛰어 들지 못하더니,
멋지게 다이빙 입수를 기대하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목욕탕 열탕에 들어 가는 것처럼 조심스러운게 뒤에서 바라보는 우리들이 폭소를 자아냈다.


수경을 쓰고 물장구 몇 번 치더니 이것저것 캐겠다며 그물망을 가져다 달란다.
하지만 가져다 준 그물망이 무색하게 건져낸건 딱히 하나 없었다. ^^

 

 


초등학교 때였다.
매형들과 사촌형과 집근처 저수지에서 밤 낚시를 할 때였다.
밤 낚시를 하다가 어찌나 졸리던지 텐트에서 잠깐 눈을 붙였었다.
사촌형은 같이 집에 들어가 자자며 날 깨웠었고,
비몽사몽간에 뒤따라 걷다가 작은 개울이 앞에 나섰다.
이정도 개울이야 팔짝 뛰어 건너면 될것 처럼 보였다.
난 주저없이 힘껏 건너 뛰었고... 물에 빠졌다.
그건 작은 개울이 아니라 커다란 물길이었는데 잠결에 잘 못봤던 것이다.
한참을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런데 신기한것은 그땐 물 한모금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 그때의 그 묘한 기분이란.... 그렇게 가라앉다가 발이 땅에 닿았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었다.
힘차게 다시 차올랐는데 떠오르는 시간이 한참이나 걸리는 듯 했다.
찰나였지만 내 짧은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문득 드는 생각은 어제 매형이 사가지고 온 자전거 한번 타보지도 못하고 죽는가 싶어 억울하기만 했다.
물 위로 떠올라 발버둥을 치는데 살려달란 말은 나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물 위로 몇번 올랐다 들어갔다를 하는데 사촌형은 구하러 물로 뛰어 들지도 않는다.
참, 우스운건 가라앉아 물속 땅을 차고 조금씩 앞으로 나오는 식으로
물가까지 올 수 있었지만 물가 언덕을 혼자 오를 순 없었다.
그때서야 사촌형은 손을 뻣어 날 끌어내 주고는
내가 힘이 빠지면 뛰어 들려고 준비중이었다며 혼자 헤쳐나온 날 대견하다고도 했다.
그후 집에까지 어떻게 갔는지는 기억에도 없다.

 


어쨌거나 나는 물이 무섭다.
그럼에도 제주도의 바다는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솔직히 물이 어찌나 맑던지 겉으로 보기엔 무릎정도나 찰것처럼 얕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발을 들여놓자 겉보기와는 다르게 가슴까지 차는 깊이였다.
상용이가 엉거주춤 들어가는 모습보다 열배는 더 우스깡 스러운 모습였으리라...

난 수영따윈 배우고 싶지도 않았고, 그만큼 난 잼뱅이다.
그래도 물장구치는 건 재밌더라.
내가 들어가고 하나 둘 바다로 들어 왔다.
물에 대한 공포를 없앨 순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나 재밌는 해수욕이 됐다.
다들 수영실력을 뽐낸다고는 하지만 하나 같이 개헤엄이더라. ^^

 

 

승채는 여전히 텐트에서 일어 날 줄 모르고 있었다.

 

 

한참 해수욕하고, 샤워하고 다시 짐을 꾸려 출발 할 때가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03.jpg

 

= 자전거 전국일주 당시 들렸던 제주도에서 만났던 저 나무는 여전히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04.jpg

 

= 제주도 라이딩은 큰 억덕배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는 곳곳마다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덕에 힘든 줄 모르고 달릴 수 있다.

 

 

 

점심은 수월봉에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역시나 일요일엔 짜파게티다 ^^

 


아침의 물놀이 탓인지 어제의 술때문인지 점심후엔 다들 오침을 즐기기로 했다.
다들 녹고오름 수월봉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 돗자리를 깔고 한숨 붙였다.
잠깐 잠에 빠졌는데 주위 들리는 소음에 눈을 떴다.
다른 소음이 아니라 다들 어찌나 코를 골아 대던지.... ㅡ,.ㅡ;;;

 

 

시간을 봤더니 몇분 지나지 않았다.

 

 

수없이 들리는 관광객들에게 우리 일행의 코골이는 민폐였다.
그래도 어찌나 잘 들 자는지 깨우기 미안해서 깨우지 않았다.
상용이를 필두로 진원이형과 승훈이형으로 이어지는 합주는 주위 관광객들의
찌푸린 시선을 모아왔고, 나는 같은 일행이 아닌척 주위를 맴돌다가, 아예 멀리 한켠에 떨어져 있었다. ㅋㅋ

 

 

벌써 두시간 가까이 되어가는데 아무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수월봉을 내려온 건 세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05.jpg

 

= 이제 막 낮잠 자기 전... 진원이형과 승훈이형은 벌써 잠에 빠졌다.
그래도 이때는 코골이가 없더니만.... ㅡ,.ㅡ;;;

 

 

 

별다른 계획이 없는 여행의 유일한 계획은
3일 저녁을 승채가 예약한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펜션"에서 여독을 푸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늘 일정이 만들어 진다.
내일 성산에 있다는 펜션까지 가려면
지금까지의 라이딩 속도를 감안 그래도 오늘 중문 근처까지는 가야 하는 것이다.

 


어제 만났던 상용이 회사 사장이 추천했던 아줌마 횟집에서 오늘 저녁은 회를 먹기로 했다.
어쨌거나 그 횟집은 중문에 있으니 오늘 죽으나 사나 중문까지는 가기로 했다.


중문까지 거리가 그리 먼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하는 장거리 라이딩에 맞바람으로 조금 버거워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오후 일정은 조금 빠듯 할 수 밖에 없다.

 

 

 

06.jpg

 

= 일정이 좀 빠듯하지만 30분 라이딩 10분 휴식의 페턴으로 달리기로 했다.
중간 휴식 중 진원이형과 승훈이형 ^^

 

07.jpg

 

= 송악산 앞 언덕배기 정상에서 진원이형

 

08.jpg

 

= 송악산 앞 언덕배기에서 단체 사진.

 

 

 

송악산 올인촬영지는 들리지 못해도 제주도까지 와서 산방산을 안들릴수는 없었다.
오후 라이딩으로 시간을 약간 벌기는 했지만 이런 속도면 아무래도 중문에 도착하면 해가 질 것 같았다.
해지기전에 미리 도착해서 자리펴고 씻고 편하게 한잔 하면 더 좋겠지만,
다들 안전등에 라이트도 준비했으니 해가 지더라도 한데 뭉쳐 '바이크 버스' 라이딩으로 달리면 그리 위험 할 것도 없느니
산방산에서 관광을 즐기기로 했다.

 

 

 

 

 

09.jpg

 

= 산방굴사 앞 전망대에서 승훈이형, 승채, 상용이

 

 

 

산방굴사는 아직 와 보지 못했던 승훈이형과 상용이, 승채만 관광하기로 했다.
어제 오늘 쓴 돈도 있고, 또 오늘 횟집에서 들어 갈 돈도 있고, 아직 일정도 많이 남았으니
몇푼 안하는 입장료지만 아끼는 차원도 있고, 그보다는 주차장에 지나는 예쁜 아가씨 구경이 산방굴사 다시 보는 것보다
땡기는 이유도 있어서 나와 진원이형, 진이는 주차장 계단 위 나무그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10.jpg

 

= 산방굴사 앞 승채

 

 

 

중문에 도착했을때는 벌써 해가 지고 조금씩 어둠이 더 해지고 있었다.

 


어제 흑돼지를 먹었고, 오늘은 회, 내일은 갈치 조림이 저녁 메뉴가 되겠다.
우리의 여행경비가 일인당 수십만원씩 하는 것도 아니니 싸고, 푸짐하고, 맛있는 집이어야 했다.
상용이 회사 사장이 추천하는 '아줌마 횟집' 이란 곳이 우리에게 딱 맞는 그런 집이었다.
하지만 그 횟집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늘 저녁 비행기로 서울로 간다던 사장님은 벌써 비행기 안인지 전화기가 꺼져 있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나오지 않는 '아줌마 횟집'은 찾을 길이 막막했다.

 


한참을 고민하는데 진원이형이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혹시나 하고 물었는데 다행히 '아줌마 횟집'을 아는 분이었다.
그렇게 찾아 간 곳은 '아줌마 횟집'이 아니라 '어머니 횟집'이었고, 더구나 주말 성수기에 문도 닫았다.

 

 

 

 

 

 


어쩔수 없이 또 근처 주민에게 물어 그냥 싸고, 푸짐하고, 맛있는 횟집을 추천 받았다.

 

 

대포항 바로 앞에 위치 한 '동성 횟집'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싸지는 않았지만,
푸짐하고, 맛있는 회와 술로 포식을 했다.

 

 

첫잔은 소맥을 시작해 맛난 회에 소주를 홀짝이며
즐겁게 취기가 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꺼꾸로'를 한잔하게 되었다.
소주 한잔에 맥주를 섞는게 소맥인데, 이놈의 '꺼꾸로'는 소주잔으로 맥주 한잔을 넣고, 나머지를 소주로 채우는 것이다.
왜 갑자기 그걸 먹기로 했는지 모르겠다.

 


건설회사 다니는 진원이형과 승훈이형의 노가다식 술문화 '꺼꾸로' 한잔....

계속 선두를 이끌며 맞바람에 피곤했던 탓인지 그 한잔 이후 난 기억을 잃었다.
ㅡ,.ㅡ;;;

 

 

 

 


 

 

11.jpg

 

= 난 이미 기억이 없는 탓에 모르지만 횟집을 나선 후 진원이형과 상용이......

 

 

 

 

오랜만에 찾은 제주도의 두번째 밤.


 

 

 

 

 

 

 

 

 

내가 비박이다.

 

 

 

 

12.jpg

 

................. ㅡ,.ㅡ;;;;;

 

 

 

 

 

02.jpg

 

 

 

댓글 달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