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009년 7월 31일~8월 1일

 

 

6월 중순께 상용이에게 전화가 왔었다.
이번 여름 휴가때도 자전거 여행을 하자고 한다. 지난 여름 휴가때도 상용이와 승채와 함께 속초 라이딩을 했던 터였다.
나는 지난 자전거 전국일주 당시 제주도를 일주 했기에 모든 여행 계획과 코스는 상용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솔직히 그 전화를 받았을때만 하더라도 그냥 나온 이야기로 끝날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첫 전화 이후 여행 전까지 두번정도 더 통화를 했었고, 인천서 배타고 가자 외에 뚜렷한 계획은 없었다.
여행 출발 일주일전 여행 계획 잡는 둥 해서 종로에서 모여 술한잔을 했었고,
여전히 인천서 배타고 가서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하고 다시 인천까지 배타고 오자는게 여행 계획의 전부였다.
7월 31일 인천발 여객선을 타고 8월 1일 제주도 도착.
설렁설렁 관광 라이딩으로 제주도 한바퀴 돌고
- 물론 잠은 텐트에서 자고 조식,중식은 버너코펠로 해결 -
8월 3일엔 성산쯤에 승채가 미리 예약 해뒀다는 펜션에서 여독을 풀고 8월 4일 밤 배로 서울로 돌아오는...
뭐 그냥 주먹 구구식의 여행계획이었다.
처음 멤버는 나와 상용이, 승채, 진이 이렇게 4명이었다가 진원이형과 임진각 라이딩때 만났던 승훈이형이 함께 하기로 했었다.
나와 상용이, 승훈이형은 31일 인천에서 먼저 출발하고,
승채와 진이는 퇴근이 조금 늦은 관계로 퇴근하는데로 버스로 목포에 내려왔다가 아침 첫배로 제주도로 출발
12시쯤 제주항에서 만나 함께 달리기로 했었다.


그런데 여행 시작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30일 저녁 상용이에게 다급한 전화가 왔다. 배표가 모두 매진이라는 것이다.
쩝. 배표 예매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목포에서 출발하기로 했던 승채와 진이도 예매를 하지 않은건 마찬가지...
인천, 목포, 부산, 고흥녹동... 제주도 가는 모든 여객선의 표가 동이 난 상황이었다.


ㅡ,.ㅡ;;;

 

제주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의 여행코스도 잡아보려다가
이왕 이렇게 된거 일단 31일 밤 버스로 일단 목포를 가기로 했다.
목포항에서 버팅겨 보다가 혹시나 뱃표가 나면 제주도....
아니면 목포에서 자전거로 서울까지 오자는 좀 무책임한 새로운 여행계획이 짜였다.

 


31일 아침 진원이 형에게 전화가 왔다.
전부터 진원이형도 함께 제주도 가고 싶다며 고민했었는데
여행 출발 하려는 아침 갑작스럽게 제주도행을 결정한 것이다.
여행에 사람이 많아 나쁠것이 없었다.
함께 가기로 하고 집으로 찾아온 진원이형도 뱃표가 없어 제주도를 못갈수도 있다는 말에 많이 당황했으리라.
그치만 꼭 제주도 여행보다는 자전거 여행을 더 좋아하기에 일단 함께 목포로 가기로 했다.

 


밤 12시가 넘어 여행 멤버 모두가 목포 터미널에 도착했다.
고속버스 한대에 자전거 여섯대를 모두 실을수도 없고, 페니어에 가득 담긴 캠핑장비와 다른 승객들의 짐을 고려
진원이형과 승훈이형, 나와 상용이, 승채와 진이 이렇게 3팀으로 나눠 차례로 목포행 버스에 몸을 실었었다.

 


오늘 밤은 목포항에서 자기로 하고 여섯명의 첫 단체 라이딩이 사작됐다.
늦은 밤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것은 꽤나 낭만적이었다.
역시 이 라이딩에서도 뒤처지는 인원들이 나온다. 단체 라이딩에서는 조금 뒤처지는 사람들에게 보조를 맞춰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중요한건 함께 달린다는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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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이나 승채는 진원이형과 몇번 라이딩을 해서 안면이 있지만
진이는 진원이형과 오늘 처음 만나는 거고,
승훈이형은 상용이와 승채도 처음 만났기에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좀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목포항 광장에 돗자리를 펴고 좀 과한 술자리를 가졌다.

 


한창 술자리가 익어갈수록 처음 서먹했던 것들은 사라지고 분위기는 한층 화기애애 해 졌다.

 

 

술자리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여행 이야기로 옮겨가고 어떻게 해서든 제주도를 가야한다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진원이형이 제주도 가는 표를 얻어 낼 아이디어를 냈다.
신문사에 있는 진이의 역할이 크다.
요는 우린 서울에서 출발한 자전거 여행 팀이고 진이가 그걸 동반취재하는 기자가 되는 것이다.
여행일정상 제주도행 뱃표를 미리 예매하지 못했지만 기획 기사를 위해 꼭 제주도에 가야하기에
뱃표 6장만 협조를 부탁한다는... ^^
신문사에서 삽화 그리는 진이가 취재기자를 사칭하는게 어쩌면 잘못되어 불이익이 갈수도 있어 난 강하게 권하진 못했지만
어쨌거나 술 한잔 한잔 더 도는 사이 진이도 결심을 굳힌듯 하다.


쥐박이의 어설픈 자전거 정책으로 어쩌면 뱃표가 쉬 해결 될것도 같은 희망이 보였다.

 

 

 

다음날 잠에서 깨자 마자 진이와 승훈이형 상용이가 목포항 사무실로 찾아가
전날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후후후~ 그리고 우린 아침 첫 배로 제주도로 갈 수 있다.


(며칠전 여행했던 멤버들 노량진에서
회와 킹크랩으로 포식하는 기회를 한번 더 가졌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
전날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자시고가 없이
아침일찍 터미널에 가보니 표를 팔고 있었다는... 끌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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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숙취도 풀어야 하니 아침을 먹기로 했다.
그래도 돈 주고 먹는 한낀데 맛있는 집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어째 목포항 근처에 그럴듯한 맛집 모양새를 갖춘 곳이 없었다.
근처를 자전거로 슬슬돌다 그냥 김밥천국에나 가서 간단히 때우자는 이야기가 나올때 쯤 허름한 작은 식당 앞에 멈춰 섰다.
들어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건너편 평상에 앉아 계시던 아주머니가
이집 갈치찌게가 맛있다고 들어가 먹어보라고 권한다.
그래서 들어선 식당은 썩 맛집스러운 운치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들이 자리를 잡고 나자 손님들이 몰려 들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역시 여행의 최고 묘미는 계획되지 않은 돌발 상황들과 또 그런 속에서 찾아 내는 맛집이 아닌던가?
갈치찌게를 주문하고 우연히 찾아 낸 맛집을 뿌듯해 하며 그 맛을 상상하면서 한참 고조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제길 그집 갈치찌게는 최악이었다.
소금물에 고춧가루 풀고 갈치몇덩이 담가놓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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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객실 문을 열어보고는 바로 돌아서 나왔다.
그 작은 방에 사람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숨이 턱 막혀왔다.
전날 숙취도 갈치찌게 덕에 제대로 풀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런곳에 앉았다가는 안하던 배멀미도 할 판이다.
어디 편히 잘 곳이 없나 헤매다가 다들 복도에 매트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

 


나는 여섯기의 안마기계 중 고장 난 의자에 앉아 잠을 청했다.
안마기의 돌출된 등판이 좀 배기기는 했지만 몸을 조금 틀어 자리를 잡으니 그럭저럭 좋았다.
더구나 창이 바로 옆에 있어 비지니스룸 못지 않은 럭셔리 공간이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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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자고 있는데 승무원들이 사람들을 깨운다.
안마기에 그대로 잠든 사람들이 꽤 있었다.
영업하는 곳이니까 이곳에서 자면 안된다고 깨우는 승무원의 소리에 나도 부시시 눈을 떴다.
벗어놓은 신발에 발을 구겨넣으려고 하자 승무원이 나를 보고는
"고장난 안마기는 괜찮아요~" 한다. ㅎㅎ
그래서 다시 눈치 안보고 편히 잘 수 있었다.

 


한참 자다가 이제 제주도에 다 와간다 싶어 모두 배 갑판으로 나갔다.

 

 

 

 

그 넓은 바다는 손끝으로 살짝 건드려 놓은 젤리 같았다.
난 바다 보다는 산을 더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바다를 싫어 하는건 절대 아니다.
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산 정상에 올랐을때 만큼이나 가슴이 트인다.


아무래도 산이 바다보다 좋은 건 광활히 펼쳐진 풍경을 힘들게 올라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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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을 앞둔 진이는 곧 있을 웨딩촬영 때문에 제주도 라이딩 내내 저 모자와 버프 두건으로 칭칭 감은 '미이라 라이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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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을 막 벗어난 도롯가에서 정식 라이딩 시작 전 기념 촬영.
멤버 모두가 담긴 몇 안되는 사진 중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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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 앞에서 기념 촬영. 진원이 형이 빠졌다. 4년만에 다시 찾은 용두암은 여전히 울부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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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아 내월아 천천히 페달을 굴리다 발길이 닿은 작은 포구 방파제 위에서... 진원이형과 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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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훈이형, 진원이형, 승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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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빨간 등대에서 상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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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 장관을 이룬 해안에서... 김군, 진이, 승채, 승훈이형, 진원이형

 

 

 

4년전 진원이형과의 전국일주 중 제주도에 들렸을때는 해가 났다가 비가 왔다가 날씨가 지랄이었다.
그때 들렸던 곽지 해수욕장은 성수기가 끝나 우리 둘 외에는 관광객이라곤 아무도 없었다.
또 곽지 해수욕장에 다다를 때쯤 빗방울이 흩날린데다가 마라도 가는 배를 놓지지 않기 위해
노천탕을 보고도 몸 한번 담궈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었는데...
그때 다시 제주도 들리면 이곳에서 노천욕을 즐기리라 다짐 했었는데 진원이형도 마찬가지 였다.

 

 


지난 속초 여행에서 자전거 타는데 조금 힘에 부쳐 하던 승채를 배려해
처음 제주도 여행 이야기가 나왔을때부터 모든 여행 코스를 승채가 짜고 승채가 달리고 싶은 속도에
들려 보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하려고 했었는데...
처음 계획때보다 인원이 좀 많아지다 보니 그게 쉽지 않았다.

 

 

진원이형은 곽지해수욕장에서의 1박을 강하게 어필했고,
지금까지 너무나 널널 관광모드로 달렸기에 해지기 전에 곽지에 도착하려면 라이딩 속도를 좀 내야 했다.


승훈이형과 진원이형이 선두에서 빠르게 치고 나갔고, 의외로 승채는 그 속도에 잘 맞춰 달려줬다.
그런데 생각지 않았던 진이와 상용이가 오르막에서 조금 씩 뒤로 처졌다.
아무래도 자전거를 자주 타지 않은데다 타더라도 혼자서 천천히 달리던데 익숙해서
자전거로 다져진 형들에 맞추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전국일주 하던 당시 항상 조급한 마음에 많은 것들을 놓치고 달렸던게 아쉬워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태평 라이딩을 하려고 했었는데 출발 몇시간만에 또 그것이 깨져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마지막 한시간 가량 스파트를 한 덕에 곽지해수욕장에 무난히 도착 할 수 있었다.

 


역시 성수기의 해수욕장은 해수욕장이다.
마련된 무대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해 주민들의 이런 저런 행사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여행에서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먹거리다.
제주도에서 맛 볼 먹거리는 그 유명세에 맞게 여섯 모두 일치했다.
일단 제주 흑돼지 한번 먹어줘야 하고, 갈치조림도 먹어줘야 하고,
바닷가니 비싼 다금바리는 아니어도 회 한접시 먹어줘야 하고,
1박2일의 여파로 오분자기뚝배기도 함 먹어줘야 했다.

 


상용이 회사 사장님도 이번 휴가에 제주도에 와 있다고 했다.
더구나 자전거여행하는 직원과 그 멤버들을 위해 저녁을 사주겠다며
중문에서 곽지까지 달려오겠다는 것이 아닌가? ㅋㅋ
정해놓은 먹거리 중 오늘 저녁 뭘 먹을까? 다들 기대가 앞섰다.
아무래도 금액으로 봐서 회를 얻어 먹어야 겠는데......
막상 사장님이 왔을때 가족도 함께 온게 아닌가?
그렇지... 휴가를 사장님 혼자 오겠는가? 사모님과 그 딸을 보자 편하게 얻어 먹겠다는 양심의 털이 사그라 들더라.
그래서 그냥 간단히 우리끼리 저녁을 해먹으려는데 저녁 사주러 먼 곳까지 온 사장님 성의를 생각하는 털이 돋아
제주 흑돼지를 생고기로 배부르게 포식했다.


안타까운건 곽지에 그럴듯해 보이는 횟집이 하나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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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지해수욕장에서 하루 해가 저물고 있다.

 

 

 

 

흑돼지에 한라산 소주까지 거나하게 먹고, 한치를 낚지는 못했지만 준비 해 간 루어도 던지고...
나름 낭만적인 여행이 마무리 되고 있었다.
바닷가에 자리잡은 텐트 앞에서 술을 더 사와 마시다가 문득.....
내 텐트는 2인용... 진원이형 텐트가 3인용.... 우린 6명....



결국 승훈이형이 비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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