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9일차 2005년9월6일

태풍이 오기는 오는가 보다. 아침부터 비바람이 심상치가 않다. 어제 저녁으로 ‘아지회’에 소주를 마셨는데 회는 몇 점 않고 소주만 마셨더니 속이 좋지가 않다. 아직 자고 있는 진원이형을 두고 장을 보러 나갔다. 앞으로 며칠을 이곳에 있어야 할지 모르는 터.... 쌀 제일 작은 거 한 봉지가 5,000원... 비싸다. 슈퍼 아줌마한테 집에서 먹던 쌀 2,000원 어치만 팔라고해서 라면 다섯 봉, 계란 두개를 함께 샀다. 어제 저동항 골목골목을 누비다 반찬집이 있던 걸 눈여겨 봐뒀다가 오늘 찾아갔다. 두 손 안에 딱 들어오는 비닐봉지에 담긴 깍두기가 3,000원이나 한다. 배추김치는 더 비싼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맨날 라면에 밥만 말아먹긴 뭐해 깍두기를 한 봉지 샀다.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있다. 방안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딱히 할 게 없다. 진원이형은 허영만 선생님이 내게 선물해준 책을 읽고 있고, 나는 스토리 구상한다며 창밖의 떨어지는 빗줄기를 보며 담배를 펴대다 그간 정리하지 못한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다. 하늘에 먹장구름이 가득하니 낮인데도 밤 같다. 지금이 몇 시인지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도 없다. 비바람이 더 심해졌는지 밖에서 들리는 비바람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창문이 들썩이고, 작은방 창으로는 빗물이 들린다. 심지어는 집이 흔들리기도 한다. 울릉도는 아무래도 뭍에서 멀다보니 건축자재가 비싼 탓인지 나무나 양철로 만들어진 집들이 많다. 우리가 묵고 있는 집도 건축을 했던 진원이형 말에 의하면 철근을 쓰지 않고, 벽돌로 벽을 쌓고, 층 사이는 나무를 대고 시멘트를 부은 것 같단다. 물론 지붕은 양철지붕이다. 그러니 심한 비바람에 이렇게 집이 흔들리는가 싶다. ㅡ,.ㅡ;; 

진원이형이 나가서 소주를 몇 병 사왔다. 무섭기도 하거니와 딱히 할 게 없으니 술이나 마시자는 것이다. 



어젯저녁은 천정을 시끄럽게 돌아다니는 쥐들 때문에 잠을 설쳤는데... 이놈들이 오늘은 조용하다. 아마도 집에 들어오지 않고, 야산 높은 어디로 피난이라도 간 모양이다. 배가 침몰하기 전에 쥐새끼들이 먼저 바다로 뛰어든다더니... 집이 흔들리면서 그 진동이 방바닥으로 전해 올 때마다 불길한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물도 한참 전에 단수가 됐었다. 일단 여기저기 풀어헤친 짐을 다시 페니어에 정리했다. 가끔씩 심하게 깜박거리는 형광등 아래서, 헤드랜턴을 머리에 두르고 소주를 마시면서 형광등 불이 나가면 바로 짐과 자전거를 챙겨 이곳을 벗어나자고 둘이 약속을 했다. 



소주가 한두병 들어가자 취기가 오르고, 두려움도 달아난다. 진원이 형이 사온 소주가 금방 동이 나고, 소주와 안주를 더 사러 숙소 밖으로 났다. 비바람이 거세지면서부터는 무서워 집밖으로 나선 적이 없었는데... 역시 술이라는 건 좋은 거다. ^^ 우산을 받쳤지만 채 1분도 안되서 비에 흠뻑 젖었다. 돌풍에 우산을 받쳐 드는 것도 쉽지가 않다. 항상 친절한 말 한마디 한마디로 우릴 맞아주셨던 ‘성미슈퍼’아줌마는 비바람에 일찍 가게 문을 닫고 집에 가셨는지 슈퍼 문이 닫혀 있다. 조금 규모가 있는 마트로 갔다. 소주 서너 병과 라면을 두 봉 더 사고, 냉동만두를 한 봉지 샀다. 물도 단수가 되었던 터라 생수를 한 병 사야 했다. 1리터짜리 생수 한 병이 1,800원... 헉...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다시 숙소로 들어와 깜박이는 형광등 아래서 다시 술판을 벌렸다. 한창 술을 마시다 보니 이젠 담배가 떨어졌다. 저동항에서는 희한하게 슈퍼에서는 담배를 팔지 않는다. 그동안 ‘성미슈퍼’ 맞은편에 있던 중국집에서 사 피웠었는데... 태풍으로 문을 걸어 잠근지 오래 되었었다. 담배구해오기 가위바위보를 했다가 내가졌다. 다시 비바람을 맞으며 저동항 골목을 누볐다. 옷은 벌써 흠뻑 젖었다. 한참을 돌다보니 불 켜진 식당에서 담배를 팔고 있다. 담배를 사서 나오는데 119대원들이 골목으로 출동한다. 여기저기 간판들이 날아가고, 제법규모가 큰 간판이 건물에 부착된 부분이 떨어져 덜렁거리고 있다. 그게 떨어지면 큰 대형 사고가 나올 것 같아 제거 하러 왔단다. 119 사무실이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도동항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있단다. 혹시나 집이 불안하면 119 사무실로 도망가려 했는데... 너무 멀다. 119대원은 혹시나 일 생기면 바로 신고하란다. 바로 오겠단다. 그 말에 마음이 놓이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맙다. ^^ 



이젠 집에서 전해오는 진동이나 한참을 깜박이는 형광등불에도 아랑곳 않고 농담 따먹으며 술에 취해가고 있다. 그렇게 날이 샐 때까지 술을 마시기로 했었는데 술에 취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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