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7일차 2005년9월4일

자다가 새벽에 시끄러운 빗소리에 잠에서 깼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이른 아침 천부항의 풍경은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다. 너무나 멋진 풍경에 몸을 일으키는데 그리 좋지 않다. 어제 넘어진게 지금 아파오는거 같다. 팔꿈치나 골반도 그렇지만 목이 계속 결린다. 한참을 풀어보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일단 파스를 한 장 발랐다.



오늘 울릉도를 나가야 한다. 묵호행 배는 3시에 출항한다. 우리는 홍합밥을 먹기로 한걸 포기하더라도 도동항에 늦어도 2시 30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오늘 나가지 못하면 태풍 때문에 며칠동안 이곳에 발이 묶이게 될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일주를 목표로 울릉도에 왔다. 막상 도착했을 때 알았지만 울릉도 일주도로는 아직도 미완성으로 섬목에서 끝난단다(현재까지 있는 울릉도일주의 3/4까지 완성된 도로의 공사기간도 무려 36년이 걸렸다고 한다). 도동항에서 만난 주민에게 혹시나 일주하는 방법이 없냐고 묻자, 죽암에서 내수전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전거로는 절대 지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우린 오늘 그 산길을 넘기로 하고 어제 천부항에서 잤었다. 



아직 낚시에 미련이 남은 진원이형을 서둘러 일으켜 초코파이 두개로 아침을 떼우고 9시 30분에 섬목으로 달렸다. 섬목까지 가는 그 해안도로는 어제 천부항까지 왔던 길보다 몇배는 멋지다고 느껴진다.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지도에는 미완의 도로가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어 혹시나 공사 중인 도로라 차는 지나지 못하지만 자전거는 지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으나, 막상 섬목에 도착하자 도로는 바다 한가운데서 뚝 끊기고 없다. 대신 작은 매점하나와 기암절벽만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시간은 10시가 조금 넘었다. 뱃시간까지 5시간... 섬목부터 죽어라 달리면 잘하면 도동항에 도착 할 수도 있겠다. 가파른 오르막만 없다면 쉬운 일이지만 어제도 힘겹게 넘은 오르막에서 오늘 얼마나 시간을 보내게 될지 잘 계산이 안됐다. 어차피 울릉도 일주를 계획했고, 우린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도동항에서 물었을 때 죽암에서 내수전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있다고 했었다. 물론, 자전거로는 지날 수 없다고 우리에게 정중한 충고를 줬었다. 



일단 왔던 길을 20분쯤 뒤돌아 죽암으로 갔다. 한 할머니가 자신의 등어리만큼이나 가파른 비탈 밭에서 부지깽이라는 나물을 심고 있다. 할머니에게 길을 물으니 바로 밭 옆에 있는 작은 개울 옆길로 올라가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도 지나기 힘든 길을 자전거타고는 절대 못 간다 하신다. 그럼 끌고는 어떠냐고 물으니, 길이 비좁고 험해서 끌고도 못 간다고 으름장이다. 그러나 우린 벽처럼 솟은 가파른 오르막을 자전거로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막의 경사도는 적어도 40%이상이다. 사륜구동의 짚차도 툴툴거리며 힘겹게 우리 옆을 지나쳐 간다. 시멘트로 잘 포장된 그 비탈길을 우리는 채 10분도 오르지 못하고 자전거에서 내려야 했다. 그리고 뱃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끌고라도 빨리 이 고개를 넘어야 한다는 핑계를 만들어 끌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타는 것보다 끄는 것이 더 힘들었다. 기진맥진한 우리는 중간 중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도 자전거에 올라 페달질을 1분도 못하고 다시 끌기를 반복했다. 한 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 드디어 시멘트 길이 끝나고 정상이 나왔다. 내려다보이는 바다엔 죽도가 아름답게 박혀 있다. 한참 전에 자동차로 먼저 올랐던 아저씨는 물탱크를 손보다 말고, 그래도 요 앞은 잠깐 탈만할 거라고 이야기해준다. 물론 조금 더 가면 좁은 산길이고, 그렇게 짐을 실은 자전거로는 힘들거라고 이야기 한다. 이러다 정말 산속에서 오도가도 못하는게아닌가 겁이 났지만 그렇다고 다시 내려 갈 수는 없다. 지금 내려가도 뱃시간에 늦고, 이렇게 가다가 발이 묶여도 뱃시간에 늦는다. 달라질건 없다. 그냥 열심히 가던 길을 가야 한다.



길은 현격하게 좁아지더니 좁은 등산로가 되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산길은 큰 돌부리들로 자전거를 탈수 없게 만든다. 다시 끌기를 계속한다. 산을 내려가는가 싶더니 다시 오르막이다. 페니어의 짐이 문제다. 작은 돌부리를 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신발 바닥에 붙은 클릿 쇠붙이는 바위에서 쉽게 미끄러진다. 



한참동안을 그렇게 자전거를 밀고 끌어 내수전 전망대에 도착했다. 북쪽의 도로 끝에서 출발해서 동쪽의 도로 끝에 도착했다. 그곳은 도로 끝이면서 다시 도로의 시작이다. 급한 비탈길을 달려 내려가니 저동항에 도착했다. 저동항에는 한창 오징어 손질로 바쁘다. 시간이 두시가 다 되었다. 산길에서만 두 시간을 버둥거렸나 보다. 일단 도동항으로 바로 달렸다. 약수공원과 독도 박물관을 들리기로 했다. 독도박물관을 오르는 오르막길에서 힘이 버겁다. 진원이형은 내려서 다시 끌기 시작한다. 그러나 난 끝까지 오르고 싶다. 그렇게 오기로 오르막을 오르는데 갑자기 체인이 ‘뚜둑’ 하더니 끊어지고 말았다. 비를 맞아 체인에 벌겋게 녹이 피었었는데 기름칠해주는 것에 소홀한 탓이었던 것 같다. 체인을 수리하느라 또 아까운 시간을 보내버렸다. 



독도박물관을 들렀다가 터미널로 가는 길에 식당아줌마가 밥 먹고 가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일단 표 끊고 오겠다고 했더니, 표 매진이라고 한다. 헐... ㅡ,.ㅡ;;; 터미널에 갔더니 정말 표가 매진이었다. 3시에 출발하는 배의 표는 아직 몇 장이 남아 있었지만, 아침 7시부터 나와 줄서고 예약번호 받아간 사람들의 수가 남은 표의 수보다 더 많았다. 결국 배는 마흔 명이 넘는 사람을 터미널 앞에 세워둔 채 떠나버렸다. 그래도 다행인건 묵호항에서 2시에 배가 출발했고, 그 배가 들어오면 나갈 수 있단다. 일단 늦은 점심을 먹으러 99식당으로 갔다. ‘홍합밥’에 ‘오징어불고기’를 시켜 ‘참소주’를 마셨다. 이제 막 두병쯤 마실 때 여객 터미널로 전화했던 식당 아줌마로부터 묵호에서 출발한 배가 파도가 높아 결국 회항했다는 비보를 전해왔다. 7일에 태풍 ‘나비’가 울릉도를 관통한다고 했다. 혹시나 내일도 배가 안뜬다면 적어도 4, 5일은 이곳에 갇히게 된다. 난감한 일이다. 그래도 별수 있나? 내일은 배가 꼭 뜰거라며 위안을 삼고 어두워질 때까지 그곳에서 술을 마시고, 식당 아주머니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했다. 



뭐 며칠 이곳에 묶이면 또 어떠리... 그냥 이곳에서 그동안 그리지 못한 그림도 그리고, 너무 일정에 쫓겨 달려왔는데, 여유도 갖고 여행다운 여행을 하는 거지... 

그런데 너무 오래 묶이면 추석까지 집에 못 갈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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