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 6일차 2005년 9월 3일

아침에 눈을 뜨자 어제 없던 이불이 덥혀져 있다. 횟집 아주머니가 그렇게 널부러져 자는 게 안쓰러웠는지 덥혀주셨나 보다. 아주머니는 어젯밤 자기가 잠들어버린 것을 더 미안해하시며 열심히 가라고 격려해주신다. 



금진에서 묵호까지 십여 킬로, 8시에 출발한 우리는 그래도 뱃시간까지 여유가 있다. 한시간쯤 달리다보니 벌써 묵호항 어귀까지 도착했다. 저 앞 코너만 돌면 묵호항이다. 천천히 항구 어디쯤을 달리다 보니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음식점에는 다들 곰치국을 팔고 있다. 묵호에서 곰치가 많이 잡히는가 보다. 해장도 할 겸 곰치국에 회서비스를 준다는 식당 앞에 자전거를 세웠다. 



아버지는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못난 아들놈은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되었단 말을 고지 곧대로 믿었다. 실은 수술하려고 개복했다가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심각하게 진행되어 다시 닫았다고 했다. 아버지도 다시 건강을 되찾으신 걸로 믿으셨다. 한두 달 후쯤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늘 아버지 식사 한 끼 사드리지 못한 것이 걸렸었다. 병세악화로 다시 상경하시고, 그때 사드린 음식이 ‘물텀벙이 맑은탕’이었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 생전에 사드린 유일한 음식이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국물만 몇 번 떠드시고는 수저를 내려 놓으셨다. 



식당 아줌마의 말로는 곰치와 물텀벙이는 조금 다르다고 했다. 어쨌든 곰치탕을 먹으며 아버지 생각이 더 간절했다. 카메라와 노트북도 충전을 시키며 천천히 해장을 했다. 너무 여유를 부렸나? 시간은 벌써 9시 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진원이형 말로는 앞 코너만 돌아서면 묵호항이고 바로 여객선 터미널이 있다고 했는데 여객선 터미널은 한참을 더 가야 있었다. 정확한 터미널의 위치를 모르니 둘 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잘 못하다가는 울릉도행 배를 못 탈지도 모를 일이었다. 있는 힘껏 페달을 굴려 언덕배기를 넘고, 다행히 배에 오를 수 있었다. 시간은 10시를 조금 넘어섰지만 다행히도 배는 출항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본 것이 전부였다. 배안에서 약간의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되고 있었다. 우리들의 자리는 뱃머리에서 세 번째 줄이었다. 배가 출발하자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처럼 출렁대기 시작했다. 객실안내원은 멀미가 심한 사람은 배 뒤쪽으로 가야 멀미가 덜하다고 소리치며 돌아다닌다. 혹시나 멀미를 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지만 미리 겁먹고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다면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여행의 의미도 없는 것이다. 2년 전에 울릉도를 다녀왔었고, 배타고 제주도도 갔었다는 진원이형은 옆에서 정말 놀이기구를 즐기듯 하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 앉아 있었다. 파도가 높아 배가 심하게 위아래로 움직였지만 20쯤 지나자 이내 익숙해졌다. 전날 새벽까지 잠 안자고 술 마신 탓에 배가 출렁거리는 것에 적응이 되자 이내 잠이 쏟아진다. 한 시간쯤 잤을까? 진원이형은 어디 가고 없다. 한참 후에 다시 오더니 속 괜찮냐고 한다. 진원이형은 어제의 과음으로 배 멀미가 온다고 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는 장관이었다. 저 큰 바다는 물이라고 믿기지가 않는다. 마치 거대한 젤리덩어리가 넘실대는 것 같다. 예수님이 물위를 걸었듯 나도 저위를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파도가 높아 2시간 30분이라던 운항시간은 3시간이 넘게 걸려 1시가 넘어서야 울릉도에 도착했다. 간단히 요기를 때우기 위해 도착하자마자 울릉도 선착장 앞 작은 공원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자전거에 올랐다. 



원래 내 여행계획에 울릉도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었지만 진원이형의 권유로 오게 되었지만 오지 못했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동해안을 타고 내리는 7번국도도 죽여줬지만 울릉도 해안도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울릉도는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울릉도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면서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여행 출발 전 화장실을 다녀온 후 지금까지 한번도 가지 못했다. 아무래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그런 거 같다. 그러던 것이 묵호항에서 약간 느낌이 왔다. 그런데 배에 타자 또 아무렇지도 않다. 울릉도에 도착하자마자 일부러 화장실로 갔다. 내적 욕구는 없었지만 일부러라도 오늘은 보고 싶었다. 그리 힘들이지 않고 일을 끝냈다. 그런데 휴지에 흥건히 피가 묻어났다. 치질인가? 그럼 의자에도 못 앉는다던데... 한참을 혼자 휴지를 든 채로 고민하다가, 여행의 피로나 아님 어제의 갑작스런 과음으로 약간의 장출혈이 있었던 거 같다고 나 혼자 결론내리고 잊어버리기로 했는데 자꾸만 맘 한구석이 무겁다.



울릉도에도 오르막들이 있었지만 그다지 길지 않고, 아름다운 풍경이라 그다지 힘들단 생각 없이 오를 수 있었다. 울릉도 일주 도로 중 힘든 고개는 딱 세 곳이 있다. 첫 오르막은 도동항에서부터 바로 시작 사동 방면에 있는 ‘대아 리조트’까지이다. 이후 아름다운 해변을 끼고 거의 평탄한 길을 쭈욱 달릴 수 있다. 물론 작은 언덕들이 있지만 힘들건 없다. 수층에서부터 태하로 넘어가는 고개가 두 번째 큰 고개이다. 세 번째는 중리에서 현포로 넘어가는 현포령인데 마지막 세 번째가 그중 제일 힘든 고개이다. 



울릉도에 도착했을 때는 화창하던 날씨가 사동쯤 들어서자 비로 바뀌었다. 이후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계속했다. 비 때문에 노면이 미끄러웠지만 시간적 여유도 많고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태하로 넘어가는 고개를 넘고 막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갑자기 뒷바퀴가 옆으로 미끄러지더니 그 비탈길에서 그대로 넘어졌다. 뒷바퀴 양옆에 장착한 페니어덕에 크게 다치지 않았다. 머리가 도로에 심하게 부딪혔지만 다행히 헬멧을 착용하고 있어 안전했다. 머리가 계속 울렸다. 진원이형의 도움으로 일단 자전거를 도로 한켠에 세우고 다시 보니 팔꿈치가 까져서 피가 나고 있었다. 머리를 크게 부딪혀 계속 머리가 울렸다. 10~15km정도의 낮은 속도에서 넘어졌는데도 이 정돈데... 그동안 내리막길에서 평균 40~50으로 달리고 배후령을 내려오는 길에서는 62km까지 달리며 이번 여행 중 최고속도를 냈었는데...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짓이었는지 뒤늦게 겁이 났다. 앉아서 진원이형과 담배를 한대 피우며 놀랜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발 앞에 놓아둔 헬멧이 깨져 금이 가 있었다. 



다시 안장에 올라 비로 젖은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가기가 겁이 났다. 브레이크를 꽉 잡고 10km도 안되는 속도로 천천히 내리막을 내려왔다. 비에 젖은 로터와 패드는 처녀귀신 곡하는 소리를 낸다. 출발 전에 패드를 교체하려고 했었는데 아직 패드가 많이 남아 그냥 왔었다. 예비 브레이크 패드를 준비 해오지 않은 게 후회가 된다. 아무래도 브레이크 패드가 다 닳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 때문에 로터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고 브레이크 레버를 끝까지 잡아도 밀리는거 같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에서 혹시나 유압이 터지면 어쩌나 하고 겁이 난다. 



6시가 조금 못돼 목적지인 천부항에 도착했다. 부둣가엔 한 가족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낚시로 물고기를 잡아 회를 먹기로 했다. ‘아지’라는 물고기가 많이 낚인단다. 진원이형이 세 마리를 잡고, 나는 두 마리를 낚아 올리다가 눈앞에서 놓쳤다. 낚시에 빠져 있다보니 금새 어두워지고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아지’회를 먹겠다는 당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비가 심하게 들리지 않는 곳에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여먹었다. 낚싯대를 대여하는데 개당 5,000원, 새우미끼 5,000원... 라면을 먹다 문득 그 돈으로 밥을 먹을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래도 낚시를 재밌게 했으니... 라며 위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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