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2일차 2005년8월30일

 

8월 30일 여행 둘째날...

 

어제 저녁 밥을 먹고 자기 전 텐트 안에서 커다란 전국 지도를 펼쳐놓고 진원이 형과 이후 3~4일간의 일정을 이야기 했었다. 그렇게 오늘은 양구까지 가기로 했었다. 대충 가평에서 양구까지 100km쯤 되고, 어제 오후에만 100km를 소화 했었기에 내일은 여차하면 양구가 아니라 설악산까지도 갈 수 있다 했었다. 그러나 우린 지금 양구를 20km쯤 앞둔 소양호 인근 텐트 안에 있다.

 

 

자전거 페달을 굴리고 있자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특히나 그 길이 오르막일 때는 몇 곱절 더한다.

 

 

벌써 날은 어두워지고 저녁밥을 준비하던 중 을시기한테 전화가 왔었다. 내 자전거 여행이 무척이나 낭만적으로 생각되고 또 이게 부러운 눈치다. 나도 여행을 출발하기 전까지 그랬다. 아니 어제까지도 그랬다. 출발 전 수많은 이들의 여행기를 읽으며 그들의 고난스런 자전거 타기가 퍽이나 낭만적이고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낭만을 깨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제 라이딩 중 청평 어디쯤에서 한 아저씨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그 아저씨도 MTB를 탄다면서 내 장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전국일주를 한다니 힘내라며 차에서 참외 두개와 스테미너 보강식품 4개를 건네 줬었다. 하나에 100kcal쯤 되는데 흡수가 빨라 힘이 부칠때 도움이 된다 했다. 소양호 부근에서 솔바람이라는 까페를 운영하신다는 아저씨는 친절히 약도까지 그려주시며 지나는 길에 들리라고 했다. 점심때쯤 들리겠다고 하니 점심을 대접하겠단다. 너무나 고마웠다. 또 내 핸들바 가방에 붙은 지도를 보며 우리들이 갈 코스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춘천을 지나 주봉산의 배후령을 넘고, 추곡 터널을 지나고... 배후령이 조금 힘든 고개라 했었고, 이후 추곡 터널 앞에도 경사 오르막이 있다고 했었다. 점심을 얻어먹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친절함에 그 아저씨 까페에 꼭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그 까페 근처에 다다른게 벌써 6시쯤이었다. 우리들의 전날 계획은 온데간데없고, 본 코스에서 벗어나 7km쯤을 더 가야 하는 그 아저씨 까페 근처에서 야영을 하려고 했었다.

47번 국도에서 북산면으로 빠지는 갈림길에서 약도에 적어 준 아저씨의 핸드폰으로 두 번이나 연락을 했는데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 전화 연락이 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었다. 다시 페달을 굴려 막 출발하다 돌아본 북산면으로 가는 그 길은 가파른 오르막을 두개쯤 넘어 계속되고 있었다.



그 까페를 운영한다던 아저씨도 그랬고, 가평을 조금 못와 허접 싸이클 공원에서 만난 아저씨도 우려했던 것처럼 오봉산 배후령은 장난이 아니었다.



양구... 양구는 97학번 과후배다. 큰 눈에 짙은 쌍커플을 수술했었다. 양구는 그림을 참 잘 그렸다. 그녀석의 그림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학창시절 녀석이 그리던 담쟁이 넝쿨 수채화는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중학교 이후 수채화란 걸 해본적도 없고, 미술학원은커녕 학교에서조차 미술교육을 받아보지 못하고 미달로 어찌어찌 운 좋게 만화예술학과에 진학한 내게 학과 모든 친구들의 그림이 대단하게 보였지만 양구의 그림은 더 특별했다. 녀석은 그림으로 무엇이 되도 될 놈이었다. 군 재대 후 양구를 한번 본적이 있었다. 새벽까지 곱창에 소주를 먹었었다. 내가 군에 있을 때 양구는 휴학을 했고, 그사이 결혼도 하고 딸아인가도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주방에서 일한다고 들었다. 그 후 양구를 보지 못했다. 3년쯤 뒤에 일산 모 백화점 주방에서 일한다고 들었고, 일산에서 후배들과 술 마실 기회가 있어 함께 한잔 하고 싶었는데 양구는 오지 않았다. 물론 그녀석의 그림도 볼 수 없었다.

벌써 시간은 4시를 넘고 있었고, 양구를 목표로 했지만 아직 절반도 가지 못하고 모두가 우려하던 배후령 가파른 오르막에서 시속 5km를 전후하는 속도로 기어이 기어이 페달질 하던 나는 문득 후배 양구가 떠오른다. 녀석의 재능이 아직도 아까운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 열심히 생활하는 양구를 그리며, 페달질하다 말고 나는 되먹지도 못할 꿈을 꾸면서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서글프다.



체력이라면 자신하던 진원이형도 힘들어한다. 어찌보면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도그럴것이 큰 근육을 가지고 있으니 나보다 쉽게 지치는게 당연 할 것이다. 저녁 먹으며 술 한잔하다가 진원이형은 추석 연휴에 집에 가면 지구력을 보강해주는 무슨 약을 가져 오겠다하고, 내일은 양구쯤에 들러 너무 많이 챙겨온 탄수화물 믹스를 절반쯤 덜고, 삼각대라들지 고어텍스 잠바나 긴 추리닝 상, 하의 등 불필요하고 무거운 짐들을 택배로 보내야겠다고 하는 것이 정말 많이 힘들었나 보다. 그리고 미안한지 그 짐들 다 정리하고 텐트라도 내짐에서 덜어주겠다고 한다.



시커먼 타이어는 시커먼 아스팔트와 뜨거운 열기 속에서 쉽게 녹아 끈적끈적 들러붙는다. 그러지 않고서는 자전거가 이렇게 안나갈 수가 없다. 낭만적인 자전거여행은 배후령을 넘으며 벌써 깨졌다. 어느 정도 힘이 부칠거란건 예상했지만 상상 이상이다.

우린 오늘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해 11시 30분에 춘천에 도착했고, 강원대학교식당에서 1800원짜리 오징어김치덮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김부장님에게 사진 보내주려고 네스팟존을 찾아 강원대를 배회하다 대학정문 앞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겨우겨우 매일을 보내고, 2시에 춘천을 출발해 남은 오후시간 내내 배후령을 넘고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그 간단한 진리는 우리에겐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래 저 굽이만 돌면 정상이겠지... 그래 저 굽이까지만 이를 악물고 가보자. 오르막차로 끝이라는 팻말에 힘이 솟다가 이내 다시 오르막차로 시작이라는 팻말이 우리를 주저 앉혔다. 그러나 분명 내리막이 없을 리가 없다. 정확한 키로수를 측정하진 않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저 굽이만 돌면 내리막이 있을 거라는 꿈을 꾸며 가파른 배후령을 족히 20km이상 달려야 했다.

여행 이틀째 오후... 오봉산이라는 사뭇 친숙한 이름의 산의 배후령이라는 낯선 고개 어디쯤일지 짐작도 안가는 가파른 오르막에서 그냥 여기서 여행을 포기할까, 지나는 트럭이 태워주겠다고 손 내밀면 차를 타고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지나는 트럭은 속도를 줄여 우리에게 격려의 손짓이나 말 한마디도 없이 빠른 속도로 지나치기만 했다.

그렇게 산중턱에서 빌빌거리다보니 수통에 물도 금새 바닥이 났고, 이놈의 고개에는 약수는 커녕 흔한 물줄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갈증에 시달리며 채 500m를 못가고 쉬기를 반복하다 갑자기 선생님이 생각났다. 꺼 뒀던 핸드폰을 켜고 화실로 전화를 걸었다. 경리가 전화를 받았다. 애써 숨을 고르고 깊게 쉼호흡하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선생님 계시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주무신단다.

조금 더 오르다보니 깍아 놓은 도로 한켠에 가느다란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바로 자전거를 세우고 수통을 들고 뛰어 갔다. 그 물줄기는 너무 약해서 수통을 가져다 대도 수통에 흘러들지 않는다. 진원이 형은 나뭇잎을 하나 끊어서 물을 담기 시작한다. 그래도 700ml 수통을 하나 채우는데 꽤 걸린다. 그렇게 목을 적시고 반통쯤 담아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아 지긋 지긋한 오르막을 올랐다. 사람을 더 미치게 하는 건 모퉁이를 돌아서자 파이프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욕이 안나올리 없다. ㅡ,,ㅡ



그래도 아무리 긴 오르막이래도 오르막이고 정상이 있고, 다음에는 내리막이 있더라.



정상을 막지나 5km쯤 내려오니 휴게소가 하나 있었다. 뭔가를 먹어야 했다. 그 가파른 오르막에서 체력이 바닥나 전날 까페 사장님이 챙겨준 비상식을 먹으려 했으나, 그 비상식은 진원이형 짐가방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짐가방을 짐받이 위에 고무줄로 동여 메 놓은터라 꺼내기 위해서는 짐을 모두 풀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 그것조차 귀찮아 포기했었다. 어제 아저씨가 보충식을 줬을 때 내가 받아 그런 것들 담아두려고 스템에 설치한 물통케이스에 넣어뒀더라면 하고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휴게소로 들어갔다. 초코바 두개를 사가지고 나와 먹으니 살 것 같다. 살 것 같으니 주차장에 주차된 토마토를 가득 실은 차에 눈이 돌아간다. 아저씨에게 다가가 요즘 토마토 시세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한관에 얼마라고 했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뭐 어차피 얻어먹을 요량으로 말 건거라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춘천 인근 여기저기 농가에서 토마토를 받아다 서울에 팔고 있단다. 한차 가져다 팔면 꽤 큰돈이 남는다고도 했다. 그러다 저러다 젤 작은 놈으로 맛 좀 봐도 되냐고 물었더니 하나씩 먹으란다. 아~! 젤 작고 푸른기가 남은 볼품없는 토마토였지만 내생에 최고로 맛있는 토마토였다. ‘좀 더 먹고 싶다.’ 그래서 또 토마토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럼 큰놈을 한번 먹어보자고 했다. 그러란다.(아싸~ ^^) 아저씨가 설명했던 놈들로 두개를 골라 진원이형과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아~ 좀 전까지의 후회는 온데간데없고, 이런 맛에 여행을 한다고 속으로 혼자 웃고 있다.



양구까지 가겠다던 야무진 꿈은 잊은 지 오래고, 소양호 부근을 달리면서 더 어두워지기 전에 텐트를 펼만한 공터를 찾아야 했다. 속도계의 버튼을 연신 눌러보며 오늘 달린 거리를 확인했다. 어제 103km를 달렸는데 누적거리 이제 160km쯤 되었다. 선두로 달리던 나는 공터에서 자리를 펴기로 한 것을 알면서도 두세개의 공터를 지나치며 더 달리고 있었다. 진원이형에게 미안했지만 하루에 80km쯤은 달려야겠다던 혼자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10여km를 더 끌고 왔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이제 진짜 텐트를 펼쳐야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그땐 정작 텐트를 칠만한 공간이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2km쯤 더 가다가 “꿈의 낙원” 38선 쉼터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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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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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이형 빨리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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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에서 춘천가던 길에 만난 아름다운 의암호에서 한컷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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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학교 식당에서 1800원짜리 오징어김치덮밥.

인심 좋은 식당 아줌마 배고픈 여행자에게 밥이라도 많이 달랬더니 정말 많이 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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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지겹게 가파른 배후령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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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다 지쳐 도로한쪽 풀숲에 쓰러진 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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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이 형의 물 받기...

전 물 안 받고 사진만 찍는게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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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받고 있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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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그런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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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완주 한 것도 아닌데 벌써 저런 포즈를...

그래도 좋은걸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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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아저씨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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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낙원 38선 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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