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 1일차 2005년 8월 29일

2005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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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모두 꾸리고 테스트 라이딩을 했다.

잠깐이지만 역시나 짐의 무게가 라이딩시 큰 부담으로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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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바 가방...

노트북과 카메라 그리고 간단한 전자제품 한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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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짐받이와 페니어...

텐트, 메트리스, 침낭, 옷가지, 버너, 코펠, 세면백, 예비 튜브와 공구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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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템에 설치한 잡주머니...

원래는 물통케이슨데 물통에 물담아서 설치했더니

핸들 조향시 넘실넘실... 결국 물통은 꺼내고 잡주머니로

초콜렛등 간단한 간식거리를 넣고 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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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에서 서비스로 얻었던 태극기는 핸들바 가방 전면에 부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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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해 페니어 뒤에 붙인 반사지...

명동 아바타 천원샵 다이소에서 구입한 반사지... ^^

 

 

 

 

 

 

 

8월 29일

여행의 짐 꾸러미의 무게만큼이 그 사람이 여행을 떠나며 남기고 온 미련의 무게란 말이 생각난다.(누군가 이런 이야길 했겠지? 그래서 내가 듣거나 읽었겠지...) 어쨌든 출발 전부터 앞선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짐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는데도 -짐을 많이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페니어를 가득 채우고 여행을 시작하니 너무나 많은 미련을 싸가지고 온 것이 아닌가 후회가 된다.

 

기존 생활의 것들을 그대로 싸 짊어지고 어떻게 새로운 것들을 접하겠다는 것인지 페달질을 하는 내내 스스로가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 없었다.

 

그 미련의 짐무게는 타이어를 바닥에 짓누르고, 타이어는 노면의 모래알마저도 그대로 내게 전해준다. 그래서 혹시나 펑크가 난 게 아닌가 한참을 고개를 숙여 뒷타이어를 확인한다. 한강변을 달려 서울을 벗어나며 세 번이나 자전거를 세워 타이어의 공기압을 확인하는 꼴이 앞으로의 여행이 얼마나 한심스러울지 내 스스로도 걱정이다.

 

원래는 8시나 9시쯤 출발하려고 했었다.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던 진원이형이 계속 연락이 않되다가 어제 저녁 10시경에야 연락이 되었다. 내일 11시나 12시쯤 출발하겠다고 허영만 선생님께 말했단다. 그래서 오늘11시에 수서에서 만나 허영만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출발하기로 했다.

 

어제는 김양과 원미누나 그리고 재현이형과 함께 저녁을 먹으려고 했었는데, 날 새고 아침에 들어왔던 재현이형은 오후 다섯 시까지 리니지에 빠져있다 잠들었는데 깨우기도 미안하고, 7시쯤 보기로 했던 원미누나는 8시까지 전화를 서너 통을 해도 받지 않았다. 결국 김양과 둘이서 늦은 저녁을 먹고 집에까지 바래다주고 오는데 마음이 영 좋지가 않다.

 

역시나 불면증에 잠이 오질 않아 새벽 두 시경에나 잠이 들었는데 오늘 만큼은 이상하리 만치 일찍 눈이 떠졌다. 아직 일곱 시가 안됐다 좀 더 자려고 뒤척거리는데 알람이 울린다. 7시 40분이다. 화실 다닐 때 맞춰뒀던 알람이다. 생각해보니 화실 관두고 이 알람을 듣는 게 처음인 것 같다. 누워서 몸을 비틀며 자칭 요가라 부르는 허접 스트레칭을 시작하며 은근히 기다려진다. 두 번째 알람이 울렸다. 8시다. 아주 특별한 아침을 틀었다. 매트리스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티비를 보고 있자니 꼭 화실 다닐 때 같다. 이제 씻고 출근해야 할 시간이다. 정말 그런 생각으로 8시 30분쯤 씻으러 갔다. 그러다 거울을 보고야 깨달았다.

 

“오늘은 자전거 여행 출발하는 날이다.”

 

지저분한 밤송이처럼 자란 머리칼들을 모조리 밀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어젯밤 책상위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옷가지들을 출정하는 전사마냥 비장한 몸짓으로 하나하나 입었다.

 

원미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몇 시에 출발 하냐고 늦지 않았으면 같이 아침을 먹자고... 시간이 촉박했지만 누나를 만났다. 영광굴비정식이 나오자마자 10분도 안돼서 해치웠다. 조금 있다가 재현이 형이 왔다. 잠깐 앉아서 숟가락 드는 것까지만 보고 누나와 형에게 인사하고 일어났다. 시간이 없다. 짐받이에 메달린 페니어의 무게만큼 속도는 안난다. 경량 타이어를 고집한게 후회가 든다. 방지턱을 ‘덜컹’하고 넘을 때마다 이 얇은 타이어가 제대로 버텨주지 못할 것 같은 불신만 커진다. 지금이라도 샵에 들려 좀 더 트레드가 두꺼운 타이어로 교체 할까? 수십 번씩 고민하지만 내겐 시간이 없다. 교체는 않더라도 이놈의 얇은 타이어가 기나긴 여행의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릴걸 대비한 예비 타이어라도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늦지 않게 수서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늦어진 여행출발이 더 늦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약속시간보다 30분 이상 일찍 수서에 도착했다. 알고 보니 내겐 시간이 넉넉했다. 원미누나와 재현이형과 함께 좀 더 식사시간을 즐기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오던 길에 샵에 들려 이놈의 타이어를 교체하거나 튼튼한 예비 타이어를 준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내게 주어진 30분은 그것들을 다시 하기엔 진짜 짧은 시간이 되어 버렸다.

 

난 항상 이런 식이다. 뭔가에 휘둘리며 지내왔다. 대학시절 그렇게 외쳤던 반미와 조국통일의 구호도 진정 내목소린 아닌 것 같다. 졸업 후 지내온 시간들과 그려대던 그림들은 진정 내것이었는가?

 

오늘 아침, 어제 저녁에 가지런히 정리해둔 책상위의 옷들을 보다가 그 옆에 오와 열을 맞춰 놓인 노란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와사바리 원고다. 후배 놈들 동인지에 참여하기로 한 만화다. 이제 옷을 입고 집을 나서며 우체국에 들러 후배 놈에게 보내줘야 했다. 옷을 입다말고 봉투를 뜯었다. 그리고 찬찬히 다시 봤다. 내 것이 아니다. 그리곤 찢어 버렸다.

 

진원이형을 기다리다 갑자기 속이 않좋다. 아무래도 아침을 너무 급하게 먹은탓인거 같다. 11시가 넘었다. 1층 로비에서 기다리는걸 포기하고 먼저 화실로 올라갔다. 선생님께 인사만 드리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 아침이 잘못된게 아니라 내가 너무 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원이형은 김부장님이란 분과 함께 왔다. 예정에 없던 인터뷰(?)가 있었다. 선생님께서 화실에 인터뷰 자리를 봐주시는 것이 전날 다 이야기가 된 것 같다. 출발한다고 선생님과 재용이형까지 나와 배웅해주며 김부장님은 사진을 찍는다. 아~ 아무래도 이제 이 여행은 포기할 수가 없다.

 

여행 첫날 저녁 모든 걸 꾸리고 나온 나는 사방이 꽉 막힌 텐트 안에서 자꾸만 [정약용 유적지]에서 만난 할머니가 생각난다. 두 팔에 시퍼런 멍이 가득한 할머니는 그냥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싶다던 내 말에 내 손을 꼭 잡으며 자고 가라 했었는데 나는 모질게도 일정이 바쁘다며 뿌리치고 일어섰다.

 

 

첫 자전거 여행, 첫 장거리, 장기간의 여행... 여행에 익숙치 못한 나는 여전히 여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간에 쫓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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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 허영만선생님 화실앞에서...

여행 잘 다녀오라는 선생님의 격려에 힘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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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호를 향해 힘차게 달리자~

아직은 여행 초반 첫 장거리 여행의 두려움과 흥분이 묘하게 뒤섞인 상황에서 라이딩 중 한컷 찍는 여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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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라고 문 닫은 정약용 유적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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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가던 길에 만난 아저씨가 건네준 참외 두개와 스테미너 보강식 4개~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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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까지 가기로 했는데 날이 저물어 가평 초등학교에서 텐트치고 라면 끓이는 진원이형...

라면 2개, 참치 한통, 스팸 한통, 달걀 4개... ㅡ,,ㅡ

진원이형식의 영양라면... 좀 느끼하지만 체력보강에 그만이라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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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식을 좀 더 가까이서... 왜 군침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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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이거 정말 맛있나요? 도시의 수도승 되기.... ^^

 

 

 

 

주행거리 : 103.5 km

누적거리 : 103.5 km

경유지 : 길동 - 수서 - 광나루 - 팔당댐 - 정약용 유적지 - 청평 - 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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